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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구석 정보

인생책 #1. 하퍼리 / 앵무새 죽이기

by 다정다감 꽃자리 2023. 11. 14.

내 인생 책 - TO KILL A MOCKINGBIRD 

"누군가를 정말로 이해하려고 한다면
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해야 하는 거야."

 

 

 #앵무새 죽이기_작품 분석(1930년대 경제대공황&인종주의)

  1930년대 앨라배마 주의 작은 도시 메이콤에서, 스카웃이라는 여자 아이가 여섯 살부터 아홉 살까지의 성장 과정을 회상하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미국 남부 마을의 독특한 배경과 집밖으로 나오지 않아서 한 번도 본적이 없는 이웃집 아저씨 부 래들리에

대한 호기심, 처음 들어 간 학교생활에서 스카웃과 스카웃의 오빠 젬이 겪는 소소한 이야기가 이 소설 전반부를 이룬다. 아이들은 타자에 대한 호기심으로 비롯된 일련의 행동과정에서 타자와의 관계를 배운다. 거기에 아버지 핀치 변호사가 사랑의 멘토로서의 역할을 감동적인 대화들로 엮어 나간다. 아이들은 점점 세상에서 자신이 어떤 위치에 서야 하는지에 대하여 생각하기 시작한다.

 

  소설 중반부에 이르러서, 백인 메이옐라를 강간했다는 혐의로 구속된 톰 로빈슨이라는 흑인을 아버지가 변호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아이들은 법원에 몰래 숨어 들어가 재판 과정을 엿 듣는다. 핀치 변호사가 법정에서 그의 무죄를 입증하는 결정적인 증거를 제시하지만 인종 차별에 대한 뿌리 깊은 편견은 정의를 내세우는 법정에서조차 무기력하다. 인간의 이성에 호소하며, 백인들이 공정한 판단을 하기를 기대했으나 백인들로만 구성된 배심원들은 유죄 판결을 내린다. 절망한 톰 로빈슨은 교도소로 이송되는 도중에 도주하다가 사살되고 만다. 이 과정에서 아이들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갖게 되는 편견이 얼마나 정의롭지 않은 일인가에 대하여 분개하고 인간의 양심이 무엇인지에 대하여 생각한다.

 

  결국 톰 로빈슨은 죽었지만 세상에 대한 분노를 언제나 타인의 탓으로 돌리고 마는 백인 여자 메이옐라의 아버지 밥 이웰은 흑인 톰에게 그랬듯이 세상에서 가장 약한 자를 분노의 표적으로 삼는다. 어두운 밤, 스카웃과 젬의 귀가 길을 미행한다. 아이들이 폭행당하는 현장을 발견하고 누군가가 아이들의 생명을 구한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서 긴장감을 놓칠 수 없는 상황, 아이들의 안전을 확보한 후에야 배경처럼 서 있는 한 사람을 독자는 발견한다. 자칫 지루한 낭만처럼 다루어질 뻔 했던, 그래서 여름이 지나면 잊혀져갈 것 같았던 사람이 아이들의 생명을 구하고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이 극적인 장치가 소설을 구조적으로 승화시키며 우리에게 감동을 선사하고야 만다.

 

  생명을 구해준 부 래들리 아저씨를 집까지 배웅하면서 스카웃은 한충 자신이 성숙해졌음을 깨닫는다.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 보지 않고서는 그 사람을 참말로 이해 할 수 없다.”는 아버지의 말을 떠올리며, 이상한 아저씨라고만 생각했던 부 래들리 아저씨의 입장을 비로소 이해하게 된다. 타자에 대한 이해와 사랑이 ‘앵무새’를 죽이지 않고 살릴 수 있다는 것! 그리하여 뿌리 깊은 편견들로 비롯된 일들이 어느 것 하나 해결되지 않은 상황이지만 소설의 결말은 우리에게 희망을 노래하고 있다.

 

  책 <앵무새 죽이기>에서 앵무새는 부 래들리나 톰 로빈슨처럼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선량한 시민이지만 고통을 받거나 죽임을 당하는 사람들을 상징한다. 최선의 진리가, 다수가 생각하는 평균적인 삶에 있다고 말하는 자들에게 <앵무새 죽이기>는 품위 있는 설득력으로 고통당하는 이들을 돌아보게 한다. 세상은 익숙한 것들의 울타리 안에 새로운 무언가가 들어오는 것을 꺼려해 왔다. 그리고 익숙한 것들은 그들만의 언어로 결집이 되어 그들의 권력을 지키기 위해 새로운 것에 대하여 배타적인 감정을 가지며 나와 다름을 인정하지 않으려 했다. 그러나 편견이 없는 사회, 차별이 없는 세상, 피부색이나 국적을 초월하여 비폭력의 삶을 꿈꾸던 진보적인 영혼은 언제나 그를 가로 막는 다수의 사람들과 부딪쳐왔다. 책속의 핀치 변호사처럼 아무도 하지 않는 일을 느린 ‘아기 걸음마’ 일지라도 묵묵하게 행동하는 영혼들이 있기에 우리는 희망을 이야기 할 수 있는 것이다. 시공간은 다르지만 이 땅에서도 편견과 차별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핀치 변호사는 말한다. “스카웃, 우리가 궁극적으로 잘만 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다 멋지단다.” 세상의 모든 앵무새들을 살리기를 기원하는 핀치 변호사의 지적인 울림이 명징하게 여운을 남긴다. 잘만 보면 이 땅의 모든 앵무새들을 멋지게 바라볼 수 있다고!